
직급이 올라가면 존경도 함께 따라올까요?
그렇다면 인사발령이 참 만능일 텐데요.
주임이 되고, 부장이 되고, 원감이 되면 맡는 일도, 신경 써야 할 사람도 늘어납니다. 잘 이끌어보고 싶어서 애쓰는데,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날도 있지요.
“나도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, 조금은 알아주면 안 되나?”
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. 알아주면 좋죠. 우리도 사람이니까요. 마음에도 충전은 필요하잖아요.
그런데 중간관리자로 일하며 저는 자꾸 이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.
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,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기억할까요?
감사한 마음에는 '결재란'이 없습니다
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.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보다 조금 더 깊은 마음이에요.
“우리 주임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다.”
“그때 원감님이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.”
누가 시켜서 하는 인사가 아니라, 함께 일하다 보니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. 저는 그런 감사와 신뢰가 쌓인 마음을 존경이라고 생각합니다.
이 마음은 직책을 받는 날 함께 지급되지는 않습니다. 서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, 어려운 순간에 어떤 사람이 되어줬는지가 쌓여 만들어지겠지요.
그래서 누군가의 마음에 남고 싶다면, 먼저 그 사람의 하루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. 무엇이 막막한지, 어디에서 자꾸 힘이 빠지는지 말입니다.
마음에 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?
학부모님의 항의 전화를 받고 막막해하는 선생님이 있다면, 관리자는 어떤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?
선생님도 자신이 놓친 부분을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. 그런데 무엇부터 설명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, 다시 전화를 드렸다가 상황이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거죠.
그때 이런 말을 건네면 어떨까요?
“괜찮아요. 우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같이 살펴봐요. 필요한 부분은 제가 먼저 전화드릴게요.”
저는 이런 말이 선생님에게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. 잘못한 부분은 확인하고 바로잡아야겠죠. 학부모님의 걱정도 충분히 듣고요. 그 과정을 선생님 혼자 감당하게 두지 않는 겁니다.
함께 상황을 정리하고,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의논하고, 이후에 챙길 일도 나누는 거예요.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조금 더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방법도 공유하고요.
어려운 일이 생겨도 함께 의논할 사람이 있다는 것. 실수를 돌아보면서도 다시 아이들 앞에 설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돕는 것.
관리자가 줄 수 있는 도움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.
제가 요즘 자꾸 떠올리는 단어, '기여'
저는 요즘 ‘기여’라는 말을 자주 생각합니다.
내가 한 일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. 함께 일하는 선생님의 어려움이 조금 줄었는지. 아이들과 학부모님께 더 좋은 환경이 되었는지.
그런 변화를 느낄 때 저도 힘이 납니다.
기여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, 시작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어요. 막막한 업무를 함께 정리해주는 일, 먼저 해본 방법을 나누는 일,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일처럼요.
그렇게 나눈 것이 도움이 되고, 그 마음이 감사와 신뢰로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.
“덕분에 해볼 수 있었어요.”
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요? 저는 더 배우고 싶고, 다음에는 더 잘해보고 싶어질 것 같아요.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힘이니까요.
도움을 나눴는데, 저도 자라고 있네요
제가 나눈 것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건 아닙니다.
진심으로 돌아온 감사와 존경은 다시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됩니다. 더 좋은 방법을 찾고, 새로운 것을 배우고, 한 번 더 도전하고 싶게 하는 동기 말이에요.
그렇게 얻은 힘으로 동료들과 또 하나의 어려움을 풀어갑니다. 혼자서는 막막했던 일을 함께 나누어 보고, 의견을 보태고,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거죠.
그 사이 저도 배웁니다. 동료의 생각에서 미처 보지 못한 방법을 발견하기도 하고, 함께 해냈다는 경험에서 다음 도전의 힘을 얻기도 하겠지요. 서로에게 고마워할 일이 다시 생기고요.
기여가 감사와 신뢰로 이어지고, 그 마음이 성장의 힘이 되어 다시 함께하는 일로 돌아오는 것.
저는 이런 선순환 속에서 우리가 더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

물론 “내가 이만큼 했으니, 당신도 이만큼 알아줘야지”라는 마음이 앞서면 도움에도 청구서가 붙겠지요. 감사가 돌아왔을 때 기쁘게 힘을 얻는 것과, 돌아올 감사를 미리 정해두는 것은 다를 테니까요.
또 제가 더 했다는 이유로 동료에게도 같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.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, 서로의 힘을 보태야 오래 함께할 수 있을 테니까요.
오늘의 나에게 묻는 세 가지
혹시 요즘 ‘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?’라는 생각이 든다면, 잠깐 함께 돌아보면 어떨까요?
1. 동료의 일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했나요?
2. 내 방식을 권하기 전에 상대의 생각과 어려움을 들었나요?
3. 내가 한 만큼을 남에게도 바라지는 않았나요?

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려는 질문은 아닙니다. 내가 주고 싶었던 도움과 상대에게 필요했던 도움이 같았는지,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면 좋겠어요.
그리고 오늘 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겁니다.
“지금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?”
해결책이 먼저 떠올라도 잠깐만 기다려보기. 우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것부터요.
직급은 명찰에 있고, 신뢰는 관계에 쌓입니다.
나와 함께 일한 사람에게, 어떤 마음이 남았으면 좋을까요?
저도 이 질문을 곁에 두고, 함께 잘해보고 싶습니다.